우리는 진화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창조론과 반대되는 생물의 탄생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이고 찰스 다윈이 주창한 이론이라는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학문적인 진화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내용일 수 있습니다. 진화론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떤 오해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진화론은 가설(hypothesis)이 아니라 정설(theory)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진화론(進化生物學, Evolutionary biology)의 과학적 지위입니다. 우리는 흔히 유기생명체의 탄생과 발전에 대해 창조론과 진화론이 대립하고 있으며 그 어떤 주장도 증명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진화론은 이제 가설을 넘어 널리 인정받는 ‘과학적 사실’이고 증명되어 가는 법칙들로 구성된 반증되지 않는 이론입니다. 어렵게 표현했지만 진화론은 이제 우리말로 정설이라고 표현하면 되는 과학적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종교적인 교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부정되기도 하지만 이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과는 다른 영역의 이야기입니다.
진화론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이 아니다
진화론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바로 생명탄생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진화론은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밝히는 이론이 아닙니다. 진화론의 시작은 무생물이 아니라 단세포 생물부터 시작됩니다. 왜 생명탄생을 설명하지 못하는가? 는 진화론자들에 대한 주된 공격포인트지만 진화론자들은 죄가 없습니다. 최초 생명의 기원은 그것대로 흥미롭고 밝혀내야 할 과학적 과제이지만 진화론과는 이 역시 다른 영역의 이야기입니다. 최초 생명의 탄생과는 별개로 진화론은 그 후 어떻게 지구상의 생명체가 발전해왔는가를 밝히는 이론인 것입니다.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
진화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거 학교에서 생물시간에 배운 교과서 내용 이후 업데이트가 없는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TV프로그램이나 자연다큐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생물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마치 진화가 목적성을 가진 것처럼 표현합니다. 가령 “호랑나비가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화려한 문양을 가지도록 진화했습니다” 등의 표현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호랑나비의 진화는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그 어떤 목적도 가지지 않았으며 그저 수많은 돌연변이 중에 화려한 문양의 나비들만 살아남기에 유리했던 것뿐입니다.
진화론은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다
진화론은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놀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화론을 하나의 가설로만 치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창조론처럼 진화론도 실험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진화란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 동안 천천히 진행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탄성을 실험으로 재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틀렸습니다. 진화는 실험으로도 증명이 가능합니다. 여러 연구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실험은 ‘대장균의 장기간 진화 실험(E. coli long-term evolution experiment)입니다. 1세대가 며칠밖에 되지 않는 대장균을 대상으로 1988년부터 연구를 진행했으면 이미 10년 전에 6만 세대(generation)를 달성하고 유전적 변화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생각한다면 약 200만 년동안의 진화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한 종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초기 세대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는지 밝혀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실험의 결과 중에는 특히 돌연변이가 어떻게 그 종 안에서 정착하게 되는가는 살펴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용불용설(Theory of Use and Disuse)은 진화론이 아니다
학교에서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전하고 잘 쓰지 않는 기관은 퇴한다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진화론의 한 갈래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신문기사에서는 핸드폰은 많이 사용하면서 인류의 특정 손가락이 길어지고 있다는 신박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진화론에 대해 얼마나 우리가 무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진화론은 이러한 용불용설을 지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부정하는 이론입니다. 진화론에서는 이를 획득형질(Acquired trait)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표현합니다. 내가 핸드폰은 수십 년간 쓰면서 손가락이 조금 길어졌다고 내 아들과 딸의 손가락이 길어져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쥐의 꼬리를 계속해서 자른다고 꼬리가 없는 쥐는 태어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진화론에 대한 대표적인 오래 4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오랜만에 정리하고 보니 역시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다음번 포스팅에서는 진화론의 한 분야로서 최근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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