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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갯녹음, 바다사막화의 주범이 고작 성게라고?

by 티비남 2024. 3. 18.

우리 바다에 백화현상, 갯녹음이라고도 불리는 바다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눈이 내려앉은 듯 바다 바닥에 온통 하얗게 변하는 이 현상은 환경오염과 수온상승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성게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합니다. 바다사막화의 원인과 왜 여기에 성게가 등장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바다사막화와성게

 

바다사막화(백화현상, whiting event), 갯녹음이란 무엇일까?

이미 그 이름만으로 대강 어떤 의미인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바다사막화는 갯녹음이라고도 하는데 바닷물에 녹아 있던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이 해저 바닥 면이나 바위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을 말합니다. 탄산칼슘 즉 칼슘카보네이트(CaCO3)는 대리석이나 석회석의 주 성분으로 석회석 가루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탄산 석회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탄산칼슘이 바닥에 침전되면 해저에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결국에는 바다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이후 바다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2020년 한국수산자원공단 조사에 따르면 동해안은 48%, 제주 33%, 남해안 13%, 서해안 7%에서 갯녹음 현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가장 물이 맑다고 생각되는 동해안이 가장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주 특이할만한 현상입니다.

 

바다사막화의 지역별 다양한 원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처음 발견된 시기는 1970년대라고 합니다. 산업발전과 국토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그 후로 끊임없이 발생지역이 확대되면서 동해안은 물론 남해와 제주지역까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그 원인이 환경파괴나 해안개발에 있다는 인과성이 금방 드러납니다. 방파제 공사나 연안 개발사업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멘트에서 흘러나온 탄산칼슘이 바다에 침전되어 발생한 오염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시멘트는 석회석과 점토를 혼합해 만들기 때문에 산화칼슘(CaO), 실리카(SiO2), 산화알루미늄(Al2O3), 산화제2철(Fe2O3) 등이 주성분입니다. 물이 맑다고 생각했던 동해안이 더욱 피해가 심각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파도가 센 탓에 방파제 공사와 내항 개발공사를 광범위하게 벌인 결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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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가 해조류를 먹는 모습과 먹어치운 뒤 백화된 모습 (사진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그럼 해안개발이 비교적 덜했던 제주도의 상황이 심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 지형의 특성 때문입니다. 제주 연안은 화산암반으로 이루어져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녹아 나온 탄산칼슘이 달라붙어 침착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동해안과 더불어 제주도가 가장 심각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주도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한데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주의 97개 해안마을 전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갯녹음이 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주범으로 낙인찍히는 성게(sea urchin)

그런데 여기에 불쑥 나타난 바다사막화의 주범이 있습니다. 바로 성게입니다. 최근 자료를 찾아보면 이 바다사막화의 모든 원인이 성게이며 이 성게를 제거하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성게제거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성게가 급속히 개체수를 늘리면서 해조류의 뿌리를 먹어치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마와 갈피와 같은 바다숲을 이루는 해조류, 해초류가 사라지고 바닷속 생태계가 급격히 황폐화된다고 합니다. 갯녹음으로 백화된 사진 속에 을씨년스럽게 유독 까만 성게만 덩그러니 남겨진 사진이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성게는 죄가 없습니다. 갯녹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 오염 담수 유입 등으로 인한 해양오염이기 때문입니다.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물에만 용해되는데 수온이 낮을수록 물에 더 잘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온이 상승하면 탄화칼슘은 바닥으로 더 많이 침전되게 됩니다. 또 바다오염으로 성게의 개체수를 조절할만한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탓도 있습니다. 심지어 2010년 이후 성게 조업이 줄어들면서 그나마 개체수를 조절하던 인간의 개입도 없어진 탓도 있습니다. 값싼 중국산 성게가 수출되면서 국산 성게의 해외수출길이 막힌 탓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성게가 주목받는 이유는 성게 제거 사업으로 인한 바다숲 복원사업이 꽤나 성공적이라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나 환경오염 등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성게제거 사업은 당장 진행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 바다숲 복원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 한국수자원공단에서 2015년부터 성게 제거 사업을 시작했는데 수년이 지난 지금 그 성과가 눈에 띌 정도라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죄 없는 우리 바닷속 성게들은 바다생태계 복원을 위해 제거되어야 할 운명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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