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생각해 본 주제입니다. 우주에서 식물의 뿌리는 어느 방향으로 자라는지 궁금합니다. 줄기와 잎은 당연히 햇빛을 찾아 싹이 나겠지만 햇빛을 가린 우주에서 뿌리는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자랄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우주에서 식물을 키우는 실험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우주에서 식물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
인류가 오래도록 우주를 항해하려면 가장 중요한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목성을 총알처럼 스쳐 지나는 것이 아니라 목성 궤도에 안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려면 지구에서 목성까지 대략 6년 정도 날아가야 합니다. 왕복 12년 동안 먹을 식량을 실어가려면 엄청난 공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겠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식물을 직접 기르고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면 식량문제는 비롯해서 공기정화(산소생성) 기능까지 가능하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실험 전 과학자들의 예측은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빛의 양이나 강력한 우주방사선, 또 기압의 차이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심지어 무중력 상태라 물을 주는 간단한 일조차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우주에서 진행된 실물재배 실험은 생각보다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수십억 년 동안 지구환경에서 진화한 식물들이었지만 우주에서도 매우 잘 자랐던 것입니다. NASA(미항공우주국)가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 우주재배 실험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14년이었습니다. 적상추를 시작으로 녹생상추, 양배추, 겨자, 케일 등 15종의 식물을 우주정거장에서 재배했고 토마토와 무도 재배에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자신들의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천궁)에서 벼 재배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미세한 중력도 감지하는 똑똑한 식물들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주에서 식물들은 하늘과 땅을 어떻게 구분하고, 씨앗들은 어떻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요? 우주에서 진행한 씨앗들의 발아실험(Germination experiment)은 과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지구에서 씨앗들은 중력을 감지해 중력방향으로 뿌리를 내리는 굴중성(屈重性, gravitropism)을 가지고 있습니다. 씨앗을 어느 곳이든, 어느 방향이든 던져 놓으면 알아서 중력방향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죠.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는 당연히 식물들은 뿌리를 내려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뿌리를 뻗지 않거나 아니면 아무 방향으로 자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똑똑한 식물들로 인해 정확히 미세한 중력방향을 찾아서 뿌리를 내린다는 것입니다. 중력방향만 잘 찾는 것이 아니라 흙이 있는 곳으로 뿌리를 내리는 특성까지 지구에서와 동일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식물들이 중력을 감지하는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명석합니다. 식물의 뿌리세포들에는 전분을 포함하는 녹말과립이 들어있습니다. 전분의 성질은 가라앉는 것이죠. 녹말과립 역시 세포의 중력방향, 즉 바닥으로 가라앉는 성질을 가집니다. 이것이 바로 뿌리 세포들에게 중력방향을 알려주는 신호가 됩니다. 뿌리 세포들은 녹말과립이 가라앉는 방향으로 뿌리는 뻗기만 하면 살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무중력이라 느끼는 우주공간에서도 사실을 미세한 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심력으로 궤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식물들은 똑똑하게도 이 미세한 중력방향을 감지하고 뿌리는 내리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식물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어서 몇몇 식물은 뿌리가 사방으로 자라기도 하고 다양한 이유로 우주 재배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모든 식물이 잘자라는 것은 아니다
중력을 잘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주 식물재배의 아주 작은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식물들 중에는 우주에서 세포벽이 얇아져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품종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세포를 중력으로부터 지탱하기 위한 벽이 두터울 필요가 없으므로 점점 얇아져 발육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 때로는 세포분열을 일으키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중력이 없으면 체세포를 분열할 때 진행되는 염색체 분리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지구 중력에 맞게 진화되어 온 지구 식물의 한계인 것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러한 우주의 무중력 상태를 이겨내고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품종을 골라 지속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지구환경과 다른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접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주에서 재배한 씨앗을 지구로 가져와 품종을 개량하기도 합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재배된 일부 식물 품종은 유전자 변이를 통해 병충해에 더 강하고 때로는 수확량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우주재배한 오이는 지구에서 야구방망이만큼 크게 자랐고 사람 덩치보다 큰 호박을 재배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우주식물재배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단지 과학적인 호기심만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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